숲길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만만 가지를 뻗어
비탈의 절반을 차지한
부자 나무가 교만하다.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영양실조에 걸린 나무들이
바동거리며 몸부림쳐도
슬픔과 가련함뿐이다.
거목이 문어발을 뻗어
거대한 군락을 이룰 때
발붙이려던 잡목들은
눈물을 삼키며 떠나야 했다.
분배나 공존은 존재 않고
빈부의 간극이 극명한
평온을 위장한 잔혹함이
인간세상보다 치열하다.
꽃은 피고 잎은 푸르고
산새들은 노닐고
풀벌레 한가롭게 노래해도
강식약육만 존재한다.
2018.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