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넝쿨
철골 콘크리트 마천루 바람벽은
누구의 접근도 허용치 않아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흐를 뿐
새들도 무서워 접근을 않는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절벽을
담쟁이가 푸른 초원을 꿈꿀 때
누구도 작은 가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장비 하나 없이 경사진 바닥을
가녀린 맨손으로 기어오를 때
지나는 이 마다 한사코
무모한 모험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가파른 절벽에 배를 붙이고
아주 더디지만 포기하지 않더니
한 해 두 해 그렇게 몇 해를 지나
낭떠러지 바람벽이 풀밭이 되고
회색빛 도시에 생기가 넘친다.
계단이 없어도 길을 내고
밧줄이 없어 헛손질을 하면서도
진액을 짜내 벽을 붙잡고
눈물방울로 양식을 삼아
담쟁이는 정상에 깃발을 꽂았다.
처음에는 외롭게 혼자였으나
손에 손 잡아주는 동지들이 있어
푸른 제복의 군대와 같이
가파른 땅을 끝까지 기어올라
마침내 푸른 꿈을 이루었다.
이 세상 어디에 불가능이 있으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을 뿐이다.
담쟁이는 지금도 바람벽을 기어오른다.
2017.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