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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여름 이야기
구부정한 떡 느릅나무 한 그루
동네 어귀에 세워두고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나 온지
어언 반백년 뒤돌아보니
곰삭은 옛 추억이 영화처럼 스친다.
폭죽처럼 내리던 진달래 살구꽃
자주 감자 꽃 파도처럼 일렁이고
보랏빛 콩 꽃이 웃을 때면
산 까치들은 식구가 늘어만 간다.
소낙비 대책 없이 책가방을 적셔도
우산 없이 걷던 멀기만 한 버덩 길
가슴이 터질 듯 한 여름 숲으로
정겨운 풀벌레들의 노래
저녁녘 앞산에 노을이 들면
황금빛 단풍에 까무러치고
붉은 수수가 고개를 숙일 때면
고추잠자리도 종적을 감추던
첫눈이 내리던 그 날에는
어릴 적 헤어진 소녀를 찾아
먼먼 길이라도 단단히 맘먹고
어디라도 찾아 떠나고 싶었던
또 다시 그 동네 여름은 오고
하얀 개 망초 그리움에 젓고
노오란 달맞이꽃 서러움에 지고
보랏빛 싸리 꽃 흔들릴 때면
흐르던 은하수도 꼬리를 감춘다.
동구 밖 느릅나무는 잘 있으려나.
지나간 이야기는 끝이 없는데
20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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