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지나간 여름 이야기

신사/박인걸 2017. 8. 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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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여름 이야기

 

구부정한 떡 느릅나무 한 그루

동네 어귀에 세워두고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나 온지

어언 반백년 뒤돌아보니

곰삭은 옛 추억이 영화처럼 스친다.

폭죽처럼 내리던 진달래 살구꽃

자주 감자 꽃 파도처럼 일렁이고

보랏빛 콩 꽃이 웃을 때면

산 까치들은 식구가 늘어만 간다.

소낙비 대책 없이 책가방을 적셔도

우산 없이 걷던 멀기만 한 버덩 길

가슴이 터질 듯 한 여름 숲으로

정겨운 풀벌레들의 노래

저녁녘 앞산에 노을이 들면

황금빛 단풍에 까무러치고

붉은 수수가 고개를 숙일 때면

고추잠자리도 종적을 감추던

첫눈이 내리던 그 날에는

어릴 적 헤어진 소녀를 찾아

먼먼 길이라도 단단히 맘먹고

어디라도 찾아 떠나고 싶었던

또 다시 그 동네 여름은 오고

하얀 개 망초 그리움에 젓고

노오란 달맞이꽃 서러움에 지고

보랏빛 싸리 꽃 흔들릴 때면

흐르던 은하수도 꼬리를 감춘다.

동구 밖 느릅나무는 잘 있으려나.

지나간 이야기는 끝이 없는데

20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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