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孫女)
메타스콰이어 나뭇잎이
황옥 빛으로 곱게 물들던
십일월 스무 이튿날
고고의 울음을 터트리며
한 아이가 태어났다.
가는 탯줄에 생명을 걸고
어미의 사랑을 먹으면서
열 달을 오직 홀로
바깥세상을 꿈꿨는데
태의 문이 열리던 날
어둠을 크게 박차고
힘차게 드넓은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새까만 머리칼과
오뚝한 콧날
윤곽이 뚜렷한 입술하며
맑은 눈동자가 양친을 닮았구나.
멀쩡한 사지와
앙증맞은 손가락하며
앙칼지게 우는 소리가
어찌그리 고운지요.
은혜로다 축복이로다.
기묘자의 은총이로다.
손주를 받은 할애비는
또 한 번의 은총에 감격한다.
201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