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태양
사막을 옮겨 놓은 듯
존재하는 것들은 목이 마르다.
태양을 향해 웃던 꽃들과
춤추던 나뭇가지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겁을 먹고 떨고 있다.
새들은 어디론가 숨었고
풀벌레마저 노래를 멈추고
매미는 경고 사이렌을 울린다.
휘젓고 다니던 바람도
오던 길로 되돌아섰고
성난 대지가 내뿜는 열기에
풀잎들은 소스라친다.
비상이다. 비상이 걸렸다.
한 달 넘도록
신열(身熱)은 식지 않는다.
울화(鬱火)는 분수처럼 솟고
박동은 머리끝에서 뛴다.
스트레스는 머리카락을 세우고
동공(瞳孔)은 초점을 잃었다.
공해 먹은 태양이 비틀거리니
움직이는 것들은 좌표를 잃었다.
정신이 혼미한 태양아래서
세상이 온통 끓는 가마솥이다.
성난 폭군마냥 날뛰는
8월 태양이 한없이 얄밉다
2016.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