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꽃밭
- 과꽃이 꽃밭에 피던 날
- 세상은 온통 진분홍빛으로 물들고
- 채송화 낮게 앉아 웃을 때면
- 내 가슴에도 고운 꽃이 피었다.
- 달리아 꽃 야단스레 필 때
- 수탉 볏처럼 칸나꽃 뽐내고
- 싱겁게 서 있던 해바라기는
- 가을만 손꼽아 기다렸다.
- 짙푸른 여름빛 출렁거릴 때
- 나팔꽃 새끼줄 타고 하늘로 뻗고
- 가냘프게 자라나는 코스모스는
- 추석쯤에야 자기 순서다.
- 마당가 새끼줄 두른 꽃밭에는
- 바둑이와 내가 맘대로 드나들었고
- 철철이 피어나던 꽃송이는
- 늙은 가슴 한편에서 아직도 핀다.
- 살구꽃 진달래 산벚꽃
- 흐드러진 조팝나무꽃 슬픈 찔레꽃
- 길가에 민들레 수줍은 산나리꽃
- 지천으로 피어나던 산 동네
- 내 가슴 한복판에 자리 잡은
- 영원히 피는 가슴의 꽃밭이여!
- 2023.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