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42

슬픈 유니폼

슬픈 유니폼 흰 셔츠 깃엔 세느강의 바람이 흐르고어깨엔 무거운 시간이 내려앉아검은 피부 속엔 아픈 역사의 무게가 담겨붉은색조차도 잊힌 노래가 되어그들의 발자국이 울리는 저녁에펠탑 조명 아래올림픽 유니폼은 눈물의 빛깔로 빛난다. 저 옷을 입기 위하여 싸웠던 날들젊음은 바람 속에 흩어지고꿈은 오륜기처럼 펄럭였으리라.최빈국의 설음을 딛고 일어선 아이티 선수의 희망과 기도그러나 그들이 입은 유니폼은깊은 슬픔을 심정 중심까지 품고 있다. 저토록 아름다움이시간의 잔인한 웅변일까저들이 걸어온 길과 그 길에 남겨진미소와 눈물, 이별과 사랑더 많은 주제들이 녹아들어유니폼은 단순한 선수복이 아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풀러그 위에 새겨진 추억의 문자들아름다워서 더 슬픈 유니폼아무도 모르는 고독의 눈물에염색되어 숨겨진 숫한 ..

나의 창작시 2024.07.27

도시의 7월

도시의 7월 태양은 빌딩 숲에서 뜨고한 낮에는 아스팔트 뜨겁다.바쁜 걸음에 숨겨진 얼굴들7월 도시 열기에 몸을 맡기며각자 빠른 걸음으로 길을 간다.전철 안은 에어컨 바람 차갑고잿빛 풍경은 빠르게 스쳐 가고노을 진 거리에는 네온이 빛나며도시의 여름은 그렇게 저물고그 속에서 저마다 평화를 찾는다.공원마다 매미들 떼창을 부르고광화문 분수대에 아이들이 즐겁고자동차 물결은 여전히 흘러넘쳐도역동적인 도시 풍경에서도시의 7월은 인간의 온기를 느낀다.카페 창가에 앉은 연인들번잡한 거리 소음을 바라보며그 속에 7월 낭만이 넘치고빌딩 사이에 핀 배롱나무 꽃이삼복더위 향기를 물씬 풍겨낸다.밤이오면 도시는 다른 어굴로 변하고반짝이는 불빛이 하늘을 수놓으며아스팔트 열기는 한 껏 달아오르고길거리 음악은 즐겁에 울려 퍼지며모두가 ..

나의 창작시 2024.07.26

불측지연

불측지연 물처럼 흐르는 인연(因緣)은출처의 근원을 알 수 없지만우연히 마주친 그 순간에만난 사이를 불측의 연이라 한다네.갈대가 바람에 나부끼고 물결이 함부로 일어나듯이우리의 가는 길은 예측불허고밤하늘 머나먼 별빛처럼인연의 끈은 희미하게 반짝일 뿐이네. 너와 나의 만남이란우연도 인연도 결코 아니며우주 안에 모든 것은불측지연의 안개 속이라네.허무하게 떨어지는 꽃잎처럼바람에 지는 낙엽처럼헤어지고 또 갈라진다 해도심비(心碑)에 새긴 우리의 이야기는 천만년이 흘러도 닳지 않고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네.

나의 창작시 2024.07.25

매미의 합창

매미의 합창 여름의 정점에서매미의 노래도 절정을 이룬다.아파트 숲을 감싸는 햇살과 함께매미의 앙상불은 자연의 생명력을 맘껏 찬양한다.소리의 물결은 파도처럼 밀려오고찬란한 노래는 시간을 거스르며짧은 생애를 아쉬워 하는 듯조용한 세상을 깨우며영원한 생명을 노래한다.일시에 울어대는 떼창에온 마을이 들썩여도매미가 만들어 낸 합창은땅과 하늘을 잇는 다리이며작은 생명체의 몸짓이다.날은 서서히 저물고지친 매매는 숨을 죽이고붉은 노을은 아파트 숲에 갇히고간간히 들리는 매미 노래는긴 여운을 남긴다.2024,7,24

나의 창작시 2024.07.24

사르밧 여인

사르밧 여인 기근이 덮친 절망의 시대궁핍한 삶에 하루하루 견딘 여인조금 남은 가루 항아리 기름 한 방울희망마저 마른 시대 눈물도 말랐네. 풀포기는 마른 섶이되고배고픈 짐승은 슬프게 울부짖고하늘도 외면한 절망의 땅에사르밧 여인의 가슴은 냉과리가 되었네. 마주 보는 모자(母子)의 눈에는굵은 눈물방울이 별빛에 빛나고마지막 빵을 준비하는 손은벼락 맞은 나무처럼 흔들리기만 하네. 느닷없이 내방(來訪)한 낯선 나그네의물과 빵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자식과 함께 먹을 마지막 빵을눈물을 삼키며 내준 착한 여인이라네. 기적은 깊은 신앙에서 피어나고희망은 절망에서 싹이 트며손님을 대접하는 사랑과 헌신은하늘의 기적을 끌어냈다네.2024,7,23

신앙시 2024.07.23

사르밧 여인의 헌신과 축복(왕상17:8-16)

사르밧 여인의 헌신과 축복(왕상17:8-16) 『introduction』뉴욕에 한 레스토랑(restaurant)이 있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에는 그 주변의 나이 드신 까다로운 손님들이 많이 왔는데, 주방장이 고분고분한 성격이 아니라 때때로 손님들하고 다투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인은 항상 주방장을 불러 놓고 “손님은 왕이다. 절대로 싸우지 마라. 손님들이 요구하는 대로 다 해 주어라.”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한 점잖은 할아버지가 오더니 음식을 주문하는데, 감자를 튀겨서 달라고 했습니다. 감자를 튀겨오니까 너무 크다고 다시 썰어서 튀겨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썰어서 튀겨오니까 이번에는 너무 두껍다고 얇게 썰어서 튀겨 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몇 번에 걸쳐서 주문하니까 주방장이 그만 화..

2024년 설교 2024.07.23

우울한 날

우울한 날 근심은 파도처럼 밀려들어내 마음 언저리까지 차오르며두려움의 구름이 머리털을 곤두세우고햇살은 어둠에 갇혀 힘을 잃었네.염려의 바람은 그칠줄 모르고내 영혼은 힘에 겨워 신음하며걱정은 장맛비처럼 가슴을 적시고내 마음은 진흙탕으로 범벅이네.히뿌연 안갯속에 길을 걷다좌절의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독방에 갇힌 죄수처럼고독의 아픔으로 신음하네.심장은 쇳덩어리같이 가라앉고혀 밑에는 쓸개즙이 샘솟아핏기잃은 얼굴에는 수심만 쌓이고깊은 불안이 나를 삼키려 하네.세로토닌 억제제보다 더 강력한아노아민 산화효소제보다 센케타민 주사약보다 더 효능 있는우울증 치료제는 어디에 있을까우울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날에는강력한 구원자를 기다린다.2024, 7, 22

나의 창작시 2024.07.22

고향 여름

고향 여름 짙푸른 산과 들, 뜨거운 여름 햇살고향의 한여름 어린 시절의 깊은 추억쉬땅나무 향기 따라 걷던 오솔길맑은 시냇물 소리 마음을 어루만지네. 산들바람 불어오는 오후애강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즐기던할머니의 다정한 목소리, 정겨운 웃음그리운 얼굴들이 밀려오네. 옥수수 개 꼬리 바람에 춤추고해 질 녘 노을은 붉게 물들고두 손 모아 기도하던 작은 예배당하늘엔 여름밤 별빛만 가득하네. 물장구치며 놀던 마을 친구들웃음소리 냇물에 여울져 흐르고전라(全裸)에 하나도 부끄럽지 않던죽어도 잊지 못할 고향 추억이네. 이제는 아련한 추억 너머로언제나 다시 가보려나 그리움에 지친손 뻗으면 닿을 고향 하늘을물끄러미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젖네.2024,7,20

나의 창작시 2024.07.20

도시의 아침

도시의 아침 깨어나는 빛 속에서 창문을 스치는새벽의 첫 번째 바람, 고요를 깨우며 거리의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퍼지는햇살이 도시의 잠을 서서히 달래네. 눈 부신 빛이 번져가는 골목길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삐 움직이는 소리아직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차들의 행렬이 늘어나는 시간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과커피 향이 퍼지는 주변에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맞물리네. 건물 사이로 빛나는 하늘의 조각들도시의 소음이 서서히 커지는 순간출근길의 사람들 서로 다른 이야기들하나의 합창처럼 울려 퍼지네. 유리창을 닦는 손길과신문을 펴는 노인의 미소도시의 아침은 그렇게평범하고도 특별하게 시작되네.2024,7,19

나의 창작시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