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지던 날 능소화 지던 날 어느 소녀의 복숭아 빛 볼 보다 더 불그스레해 물가에 선 수선화마저 질투를 느낄 고고하고 그윽하던 꽃이 한 여름 폭염이 쏟아지던 날 한 송이 두 송이 맥없이 저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드레스 걸친 새 신부 같아 지날 때 마다 차마 눈을 떼지 못해 몇 번이고 되돌아보았더.. 나의 창작시 2016.07.23
옛 추억 옛 추억 송화 가루 안개처럼 내리고 살구꽃이 나비처럼 날던 마을 함석집 마당가 배추국화 소녀만큼 곱던 보랏빛 콩 꽃이 수줍게 웃고 이름 모를 풀벌레 노래도 정겹던 옥수수 푸른 제복을 입고 한 여름 사열(査閱)을 하던 기억의 사진첩에 담긴 그 동네 앞 집 분이와 손잡고 넓은 들판을 .. 나의 창작시 2016.07.02
그 사람 그 사람 겨자 꽃이 노랗게 웃는 갈릴리의 마을을 걸을 때 허름한 옷을 입은 그 사람이 우렁차게 외치던 음성이 호수바람을 타고 내 귓가에 길게 울린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고즈넉한 여리고에 요단강 물소리가 여울질 때 허겁지겁 달려오며 애답게 호소하던 바디메오를 .. 나의 창작시 2016.07.01
접시 꽃 접시꽃 한복 입은 여인이 조용히 미소 짓네요. 앞뒤를 훑어보아도 나무랄 곳이 없어요. 긴 목에 분홍 빛 입술 우유 빛 살결이 마음을 흔들어요. 하얀 동정 하늘거리는 치맛자락 숨 막히는 뒤태 눈을 뗄 수 없어요. 나비가 빙빙 돌다 감히 앉지 못하고 빨래 줄에 앉아 바라만 보고 있네요. 저.. 카테고리 없음 2016.06.30
꿈 꾸는 병 꿈꾸는 병 눈만 감으면 꿈을 꾼다. 아니 눈을 뜨고도 꿈을 꾼다. 몸속에 잠복 된 꿈 바이러스가 시도 때도 없이 설레게 한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거친 비탈길을 걷는 한 사람 이제는 지칠 만도 한데 꿈을 향해 부지런히 걷고 있다. 언젠가 거친 광야를 걸어 올 때도 광풍 이는 바다를 건너 .. 나의 창작시 2016.06.18
한 그루 무화과 나무(축시)(설립 30주년 기념) 한 그루 무화과 나무 콩 꽃이 수줍게 피어나는 꼬불꼬불한 밭길을 따라 더러는 달맞이꽃이 노랗게 웃던 정겨운 고리울 마을에 작은 묘목으로 시작한 교회 30년 세월이 흘러 한그루 우람한 무화과나무로 마을 중심에 우뚝 섰으니 바람이 심하게 불던 밤이면 뿌리는 더욱 깊게 뻗었고 온 땅.. 나의 창작시 2016.06.11
유월의 숲 유월의 숲 젊고 젊은 나무들이 동해보다 더 푸르게 출렁이며 산 정상까지 파도치며 치톤피드를 분무한다. 시련을 겪지 않은 잎들이 어린 소녀만큼 풋풋하고 뻗어 오르는 순들은 소년의 꿈만큼 순수하다. 강물 같은 평화가 가는 물소리와 함께 흐르고 아침 같은 고요가 모든 염려를 잠재.. 나의 창작시 2016.06.02
초여름 숲 초여름 숲 여린 떡갈나무 잎이 미풍에 하늘거리고 이름 모를 잡초들 짙은 향을 쏟아내는 초여름 숲에 누우면 몸은 구름 위로 뜨고 마음은 무아(無我)의 원(原)인간으로 돌아간다. 신(神)은 인간을 숲에서 빚었으리. 보드란 흙에 풀잎 향을 섞었으리. 이곳에만 오면 누구나 순한 양이 되는 .. 나의 창작시 2016.05.21
어머니 어머니 당신과 나는 누가 맺어준 인연이기에 죽어서도 지지 않는 사랑의 꽃이여! 영혼 깊은 곳에 피어있는 사철 싱싱한 한 송이 꽃으로 하늘이 맑은 날이면 화사한 색깔로 가슴 구석구석을 물들이고 마음이 어두운 날이면 두 손 모아 깊은 기도를 올리고 슬픔을 못 이겨 눈물이 흐를 때면.. 나의 창작시 2016.05.07
길을 걸으며 길을 걸으며 누구나 걷고 싶어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가야하니까 걷는 것이다. 누구나 가고 깊어 가는 것만도 아니다. 억지로라도 가야할 때가 있어서 간다. 되돌아서고 싶은 길이지만 그러기에 너무 멀리 와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다른 길이 없기에 가야만 한다. 때론 너무 .. 나의 창작시 201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