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안갯길

신사/박인걸 2024. 6. 25. 09:57
  • 안갯길
  •  
  • 1.
  • 살며시 내려와 세상을 덮는 새벽 안개
  • 보이지 않은 길 위에 서서
  • 방향을 잃은 채 헤매는 발걸음
  • 안갯속에 묻힌 미래를 발끝으로 더듬으며
  • 머뭇거리면서도 발걸음을 옮긴다.
  •  
  • 2.
  •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 마음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 흐릿한 기억들이 안개 속에서 춤춘다.
  • 빛줄기조차 차단된 영토에서
  • 확실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나는 기다린다.
  •  
  • 3.
  • 피부에 와닿는 감각으로 느끼는 공기
  • 어디로 이어질지 몰라 방황하며
  • 숨죽이며 걸어가는 이 길은
  • 두려움과 기대감이 묘하게 교차하는
  • 마음속 깊이 자리한 감정을 꺼내 본다.
  •  
  • 4.
  • 가끔은 안개 속에도 길이 보이고
  • 가려진 시야가 활짝 열릴 때면
  • 소스라치며 불안을 털어내고
  • 길 잃은 흔적을 두 발로 지져 밟으며
  • 미지의 길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
  •  
  • 5.
  • 안개는 반드시 걷힌다고 믿기에
  • 마음 깊이 숨겨놓은 희망을 만지작거리며
  • 종착역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인생이지만,
  • 한 발 한 발 미래를 바라보면서
  • 희뿌연 길에서 빛을 찾아갈 뿐이다.
  • 202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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