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갯길
- 1.
- 살며시 내려와 세상을 덮는 새벽 안개
- 보이지 않은 길 위에 서서
- 방향을 잃은 채 헤매는 발걸음
- 안갯속에 묻힌 미래를 발끝으로 더듬으며
- 머뭇거리면서도 발걸음을 옮긴다.
- 2.
-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 마음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 흐릿한 기억들이 안개 속에서 춤춘다.
- 빛줄기조차 차단된 영토에서
- 확실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나는 기다린다.
- 3.
- 피부에 와닿는 감각으로 느끼는 공기
- 어디로 이어질지 몰라 방황하며
- 숨죽이며 걸어가는 이 길은
- 두려움과 기대감이 묘하게 교차하는
- 마음속 깊이 자리한 감정을 꺼내 본다.
- 4.
- 가끔은 안개 속에도 길이 보이고
- 가려진 시야가 활짝 열릴 때면
- 소스라치며 불안을 털어내고
- 길 잃은 흔적을 두 발로 지져 밟으며
- 미지의 길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
- 5.
- 안개는 반드시 걷힌다고 믿기에
- 마음 깊이 숨겨놓은 희망을 만지작거리며
- 종착역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인생이지만,
- 한 발 한 발 미래를 바라보면서
- 희뿌연 길에서 빛을 찾아갈 뿐이다.
- 2024.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