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아버지

신사/박인걸 2024. 6. 23. 03:53
  •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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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아버지는 평생 농부였다.
  • 날이 새기 전에 논두렁 풀을 베고
  • 달이 떠도 볏단을 지게로 져날랐다.
  • 허리굽은 어머니와 찍은 낡은 사진이 내 사진첩에 남아있다.
  • 북두칠성 빛날 때 멍석에 앉아 호박잎 쌈을 싸며
  • 모깃불 연기에 푸념을 실어 하늘로 보내던 여름에
  • 등잔불 가물대던 어둑한 방구석에
  • 거칠고 손마디 굵어진 나를
  •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던 아버지,
  • 아들처럼 키운 조카가 군대 갔다 잿봉지로 돌아오던 날
  • 조카 무덤에 들꽃 한아름 바치던 아버지
  • 때국물 묻은 눈물 얼룩에서 삶의 슬픔을 읽었다.
  • 뒤돌아보면 인생은 전부 고단함이다.
  • 내가 편안히 쉴 땅은 어디에도 없었다.
  • 신작로 길을 걸으며 절망했고
  • 질맷재를 넘을 때 여러번 낙심했다.
  •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도 꿈은 흔들렸고
  • 노량진 언덕에서는 한없이 울었다.
  • 이마 위에 맺힌 땀방울에는
  • 언제나 붉은 핏방울이 섞여 있어
  • 추운 겨울이나 작열하는 한여름에도
  • 지친 나그네로 헐떡거리며 살아왔지만
  • 아버지 연수를 훨씬 넘어선 내 모습에
  • 아버지의 표정을 읽는다.
  • 202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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