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춘의역(春衣驛)

신사/박인걸 2024. 6. 24. 16:19
  • 춘의역(春衣驛)
  •  
  • 깊은 밤 부천 춘의역 platform
  • 막차 시간까지는 얼마의 여유가 있다.
  • 허름한 옷을 걸친 노동자의 손에는
  • 거친 굳은살이 박혀있다.
  • 휘어진 허리, 굽은 어깨, 주름진 이마
  • 온종일 소음 진동하는 공장에서
  • 쇳덩어리와 씨름하며 버틴 시간들
  • 오가는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안고
  • 희미한 조명 아래 서 있는 사람들이
  • 회색빛 도시의 숨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삶이 항상 거칠고 힘들어도
  • 기다리는 누군가를 떠올릴 때
  • 잠깐의 휴식이 고단한 하루를 삼킨다.
  • 흡연이 금지된 지대, 캔 커피 한 모금,
  • 얼룩진 지하 철길을 마주하며
  • 지나가는 사람들 발걸음을 바라본다.
  •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 수많은 노동자의 지친 표정에서
  • 어렴풋한 따스함도 찾을 수 없다.
  • 산다는 것이 항상 톱니바퀴처럼
  • 멈추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현실,
  • 고단한 마음을 철로에 얹어놓고
  •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 피곤함에 지친 몸을 손잡이에 깊이 기대어
  • 눈을 감은 채 미끄러져 가는 시간
  • 전철은 일정한 간격의 이음새 굉음을 남기고
  • 사람들 눈을 감은 채 하나같이 무슨 생각에 잠긴다.
  • 무딘 바퀴 소리는 여전히 메아리를 남기며
  • 기적도 없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 그즈음 나는 휴대폰을 꺼내
  • 숨겨놓은 나만의 갤러리를 방문한다.
  • 그렇게 노동자의 하루는 전철에 실려 사라진다.
  • 202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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