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 뜨겁게 달아오를 때
- 나는 막다른 절정을 예감했다.
- 비정한 한기(寒氣) 휘몰아치던 밤
- 일제히 무너지는 황홀이여
- 아직 작은 맥박에 꿈틀거리는
- 창백한 아파리들의 신음
- 만국기처럼 휘날리던 보람도
- 모래언덕처럼 무너져내리는 허무여!
- 붙어있는 동안의 빛나던 영화
- 버림받는 순간의 비극
- 차라리 벌레게 갉아 먹힌 운명이
- 추락보다 더 아름다웠으리
- 배웅받지 못하는 이별
- 허공을 배회하다 사라지는 슬픔
- 낙엽 수북히 쌓인 공원에는
- 무상(無常)의 그림자만 물결친다.
- 2023.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