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11월 말일에

신사/박인걸 2023. 11. 25. 20:57
  • 11월 말일에
  •  
  • 샛노란 은행잎과
  • 새빨갛게 빛나던 단풍잎이
  • 며칠 사이에 곤두박질 치고
  • 살발려먹은 고깃뼈처럼 앙상한 가지만
  • 찬 바람에 몸서리친다.
  • 그 푸르던 칠엽수 마로니에 잎과
  • 큼직한 오동나무 잎 뚝뚝 떨어지니
  • 황혼길에 접어든 나그네
  • 텅 빈 가슴 헌옷처럼 찢어진다.
  • 몇해 전만 해도 이런 날에는
  • 막연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 가을빛 공원을 뒤덮을 때면
  • 앞집 소녀가 한없이 그리웠었다.
  • 늦가을 분위기에 휩싸일 때면
  • 고개 내미는 진한 추억들이
  • 내 손을 이끌고 옛 마을앞에 세웠는데
  • 이제는 그리움도 시들어진 마음에
  • 찬비만 하염없이 내린다.
  • 검은 구름은 어디론가 바삐달려가고
  • 낯선 사람들 총총(悤悤)히 사라지듯
  • 늙는 얼굴 허망한 인생
  • 올해 11월은 빈집만큼 쓸쓸하다.
  • 2023,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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