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맛비 단상
- 장맛비가 지붕을 두드리며
- 쉼표없이 노래를 부른다.
- 음악부호를 무시한 선율로 내릴 때
- 지루함에 젓는 나는 홀로 창가에 서 있다.
- 이따금 거셋 빗줄기는
- 베란다 유리창으로 흘러내리고
- 창밖으로 그려지는 비 오는 풍경은
- 고독의 물결처럼 마음을 적신다.
- 거실은 쓸쓸한 음영으로 채워지고
- 희미한 거실 조명아래
- 텔레비전 아나운서는 혼자 지껄일 뿐
- 나는 무거운 침묵에 젖어있다.
- 한없이 지루한 시간 속에
- 고독은 점점 더 짙어만 가고
- 심연에 자리 잡고 있던 우수(憂囚)가
- 고개를 들까 봐 걱정된다.
- 장맛비는 끝나지 않은 노래처럼
- 지루함을 모르고 내리지만
- 나는 무한한 시공간의 무게를 느끼며
- 존재의 이유에 젖어든다.
- 2024,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