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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400

벚꽃

벚꽃 여의도 벚꽃은 예년이나 다름없네. 우듬지에서부터 내리붙은 꽃송이는 황제의 용포가 부럽지 않네. 나무의 사령탑은 어디 숨었는지 몰라도 신의 솜씨가 아니고야 저토록 고울 수가 있을까. 흐드러지다 못해 흐무러지고 무르녹다 못해 뭉그러지네. 해마다 이맘때면 넋을 빼앗기고 꽃향기에 취해 마음은 새털이 되네. 코로나가 길을 막아 걷지 못해도 차창으로 바라만보아도 어지럽네. 며칠 후면 어지러이 낙화할 찌라도 오늘은 이곳이 동화마을이네. 햇살마저 꽃잎에 쏟아지는 봄날 짧은 행복이지만 깊이 취하네. 2021.4.1

나의 창작시 2021.04.01

진달래꽃

진달래꽃 올해도 진달래꽃은 진분홍 사랑으로 곱게 피었다. 엷은 꽃잎 바람에 흔들릴 때면 내 마음도 덩달아 춤을 추고 그리움 가득한 나비 떼들이 꽃향기 따라 날아들 때면 갈피 잡지 못한 사내 마음은 양지쪽 비탈에 벌렁 눕는다. 어릴 적 잃어버린 옛 사랑이 오랜 악습처럼 되살아나고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그리움은 들판 아지랑이처럼 일어선다. 곱게 핀 가지마다 한 아름 꺾어 그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김소월의 진달래 꽃 곱게 읊으며 그대 품에 고이 안겨주곱다. 2021.3.27

나의 창작시 2021.03.27

어떤 무덤들 앞에서

어떤 무덤들 앞에서 진달래 붉게 핀 산언덕에는 무덤들끼리 큰 사회를 이루었다. 여기에도 LH공사 직원 후손이 있는지 드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높은 봉분을 쌓아올려 대리석 비석을 세우고 벼슬이름 깊이 적어 가문을 자랑한다. 죽은 자들의 땅에도 계급이 있어 지나가는 길손들이 불편하다. 가난뱅이 무덤에는 뗏장이 사라지고 시뻘건 진토에 봉분마저 무너지니 살아서도 서러웠는데 죽어서도 찬밥이다. 송장은 백골 되고 백골이 티끌 되어 잃어버린 넋이야 하늘 어디를 떠돌 텐데 죽어서도 차별을 당해야하니 더러운 세상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나는 한 줌 재가 되거든 고향 땅 솔숲에 뿌리라 했으니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영원히 잠들련다. 봄 하늘 높이 나는 저 새들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 2021.3.25

나의 창작시 2021.03.25

어느 날 아침

어느 날 아침 오늘도 고요히 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비스듬한 산에서 해가 뜨고 봄바람은 아파트 창밖에서 서성인다. 아침 하늘에는 봄기운이 새치름히 깔려있고 포근하다는 일기예보도 기분을 돋운다. 아파트 베란다의 선인장 꽃 붉고 외래 식물도 이 땅에 적응 했는지 아내가 심어놓은 노란 꽃이 곱게 웃는다. 때마침 텔레비전에서 봄노래가 울려 퍼지고 화면에 만발한 진해 벚꽃이 찬란하다. 아파트 정원의 목련은 살이 터지고 옥잠화 새순은 일렬로 섰다. 홍매화 꽃향기 분분히 날리니 출근길 발걸음은 솜털같이 가볍다. 봄은 이렇게 신비와 경이로 가득하다 내 속에 드러누웠던 에네르기를 휘젓는다. 2021.3.23

나의 창작시 2021.03.23

두려운 시대

두려운 시대 번호표를 손에 든 사람들이 코로나 임시 선별 검사소 앞에 줄을 섰다. 흰 마스크를 걸친 사람마다 두려운 눈빛이 애처롭다. 공원에는 목련꽃 눈이 부시고 약산 진달래꽃 보다 더 붉은 꽃이 원미 산비탈에 불붙어 타는데 비말에 쫓기는 눈동자마다 봄을 잃었다. 따가운 햇살이 등을 어루만지고 꽃향기는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데 확진 자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밤안개처럼 가슴위로 내려앉는다. 어떤 수인(囚人)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발자국씩 다가서는 발걸음들은 마치 사지(死地)로 끌려가는 양(羊)같다. 고통의 시대의 길목에서 나는 일리아스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오늘의 고통이 훗날 추억이 되겠지요.’ 혹독한 전염병에 마음들이 긁혔어도 더딘 시침은 봄은 실어왔고 내년 춘분에는 환한 얼굴로 마주서겠지요. 파..

나의 창작시 2021.03.20

고향 그림

고향 그림 내가 봄을 인식했을 때 앞마당에는 살구꽃이 벌을 불렀고, 건넌 산비탈 홍진달래 숲에는 며칠 동안 불이 붙었다. 개 복숭아 분홍꽃잎은 실바람에 나비처럼 날아 내렸고 생강나무 노란 꽃잎은 어머니 저고리 빛으로 내 눈을 물들였다. 보리밭 봄바람에 햇빛이 찰랑댔고 아지랑이 밭이랑에 아롱거릴 때면 까닭모를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 노랑나비 아지랑이 속을 날아 새하얀 냉이 꽃에 앉아 쉴 때면 어린 소년은 들길을 따라 버들피리 불며 한없이 내달렸다. 꿈만 같았던 그 시절의 그림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묘출(描出)하다. 2021.3.19

나의 창작시 2021.03.19

춘몽(春夢)

춘몽(春夢) 내 젊음은 어디론가 흘러갔다. 그 시절의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 있지만 잔혹한 세월은 그 그림자까지 지울 것이다. 나는 하늘의 별을 따서 처마에 거는 꿈을 꾸며 살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애써 걸었고 그들이 쳐다보지 않는 하늘을 의식했다. 끝없는 줄사다리를 구름위에 걸쳐놓고 곡예사처럼 줄을 타고 올랐다. 미끄러질 때면 심장이 화덕이 되고 머리끝은 송곳처럼 일어섰지만 높은 곳을 향해 걸어가는 자부심에 영웅의 아들들처럼 뿌듯했다. 하지만 나는 일단 멈춤 푯말 앞에서 오늘에야 앞 뒤 사방을 둘러보았다. 눈물골짜기 더듬으며 걸을 때 짙은 안개가 길을 지웠고 잔도(棧道)를 돌아 황산을 넘을 때 청명석 너덜겅은 내게 고통이었다. 나의 발자국은 고비사막에 깊이 묻혔고 거친 숨소리는 나를 윽박질렀다. ..

나의 창작시 2021.03.18

목련

목련 올해도 목련은 하얗게 피고 아지랑이 들판에 녹아내린다. 들매화 무리지어 붉게 번지고 토담 길 산수유 만발하였다. 종달새 까마득히 종잘거리고 노랑나비 물길위로 파닥거리면 멧비둘기 먼 산에서 짝 찾아 울고 보리밭에 봄바람이 찰랑거렸다. 강기슭 버들피리 울려 퍼지면 소년의 작은 가슴은 울렁거리고 막연한 설렘에 강줄기 따라 이유 없이 풀밭을 걸어 헤맸다. 연년이 목련은 곱게 피는데 몇 번이나 목련꽃을 셀 수 있을까. 나도 꽃처럼 다시 핀다면 한 송이 목련 되어 곱게 피리라. 2021.3.18

나의 창작시 2021.03.17

봄의 들녘에서

봄이 오는 들녘에서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광기 들린 듯 휘몰아치고 연일 영하의 추운 수은주는 온 세상을 얼어붙였지만 추위에 떨던 나목들과 메마른 풀잎을 덮었던 흰 눈이 홀연히 사라진 자리마다 꽃망울과 새싹이 방긋 웃는다. 잠들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로 체념과 단념 속에 빠졌던 저 거친 들판과 구릉지위로 봄의 기운이 들불처럼 일어난다. 언 가지를 아프지만 잘라내고 찢어진 잎들을 가다듬고 힘차게 대지를 박차고 일어서는 생명들이 합창이 우렁차다. 2021.3.15

나의 창작시 2021.03.15

우울한 봄

우울한 봄 미세먼지 산을 지우고 알레르기 비염 앓는 기관지에 경련을 일으킨다. 해마다 이맘때면 가슴조이며 도시를 떠나 자연인이 되는 꿈을 꾼다. 질주해 온 삶은 떠받쳐준 심장과 허파가 잦은 기침으로 혈압이 오를 때면 삶을 찬미하던 나의 입술은 험한 욕설을 마구 쏟아 놓는다. 며칠 째 내려앉은 자욱한 먼지구름은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상처를 내고 이제 꽃가루마저 점막을 손상하면 항히스타민제에 취해 비틀거려야 한다. 산수유 샛노랗게 피는데 홍매화 울타리 곁에 붉게 웃는데 진달래 꽃 고운 누이 유두처럼 부푸는데 살갗을 기어오르는 가려움증에 내 몸을 뱀허물처럼 벗어버리고 싶다. 저 요요한 꽃잎이 훌훌 날리는 봄이 어떤 사람의 가슴에는 길에서 만난 빚쟁이보다 무섭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오늘 하루는 우울증 주의..

나의 창작시 20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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