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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무덤들 앞에서
진달래 붉게 핀 산언덕에는
무덤들끼리 큰 사회를 이루었다.
여기에도 LH공사 직원 후손이 있는지
드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높은 봉분을 쌓아올려 대리석 비석을 세우고
벼슬이름 깊이 적어 가문을 자랑한다.
죽은 자들의 땅에도 계급이 있어
지나가는 길손들이 불편하다.
가난뱅이 무덤에는 뗏장이 사라지고
시뻘건 진토에 봉분마저 무너지니
살아서도 서러웠는데 죽어서도 찬밥이다.
송장은 백골 되고 백골이 티끌 되어
잃어버린 넋이야 하늘 어디를 떠돌 텐데
죽어서도 차별을 당해야하니
더러운 세상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나는 한 줌 재가 되거든
고향 땅 솔숲에 뿌리라 했으니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영원히 잠들련다.
봄 하늘 높이 나는 저 새들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
202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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