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살구꽃이 지던 밤 소쩍새 사연 하늘에 흩뿌리고 함석집 창문에는 남포불빛이 희미한데 은색 달빛에 꽃 그림자 살랑이던 고향집 앞뜰이 주름진 눈동자에 어른댄다. 송홧가루 노란연막처럼 피어오르고 조팝나무 꽃 흐드러질 때면 밀물처럼 번져가는 찔레꽃 향기에 벌 나비들 취해 길을 잃었다. 꽃 따지, 냉이 꽃, 민들레, 꽃마리, 둥굴레, 은방울 꽃 지천으로 피어나고 슬픈 운율의 멧비둘기 뒷산에서 울고 직박구리는 매화꽃잎을 쪼고 산 까치 정겹게 앞마당에 노닐 던 도연명의 이상향보다 더 솔직한 동네. 봄밤이면 자주 꿈길에 걷는 그 곳 202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