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우울한 봄

신사/박인걸 2021. 3. 1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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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봄

 

미세먼지 산을 지우고

알레르기 비염 앓는 기관지에 경련을 일으킨다.

해마다 이맘때면 가슴조이며

도시를 떠나 자연인이 되는 꿈을 꾼다.

질주해 온 삶은 떠받쳐준 심장과 허파가

잦은 기침으로 혈압이 오를 때면

삶을 찬미하던 나의 입술은

험한 욕설을 마구 쏟아 놓는다.

며칠 째 내려앉은 자욱한 먼지구름은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상처를 내고

이제 꽃가루마저 점막을 손상하면

항히스타민제에 취해 비틀거려야 한다.

산수유 샛노랗게 피는데

홍매화 울타리 곁에 붉게 웃는데

진달래 꽃 고운 누이 유두처럼 부푸는데

살갗을 기어오르는 가려움증에

내 몸을 뱀허물처럼 벗어버리고 싶다.

저 요요한 꽃잎이 훌훌 날리는 봄이

어떤 사람의 가슴에는

길에서 만난 빚쟁이보다 무섭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오늘 하루는

우울증 주의보가 매우 나쁨이다.

202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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