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두려운 시대

신사/박인걸 2021. 3. 20. 09:36

두려운 시대

 

번호표를 손에 든 사람들이

코로나 임시 선별 검사소 앞에 줄을 섰다.

흰 마스크를 걸친 사람마다

두려운 눈빛이 애처롭다.

공원에는 목련꽃 눈이 부시고

약산 진달래꽃 보다 더 붉은 꽃이

원미 산비탈에 불붙어 타는데

비말에 쫓기는 눈동자마다 봄을 잃었다.

따가운 햇살이 등을 어루만지고

꽃향기는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데

확진 자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밤안개처럼 가슴위로 내려앉는다.

어떤 수인(囚人)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발자국씩 다가서는 발걸음들은

마치 사지(死地)로 끌려가는 양(羊)같다.

고통의 시대의 길목에서 나는

일리아스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오늘의 고통이 훗날 추억이 되겠지요.’

혹독한 전염병에 마음들이 긁혔어도

더딘 시침은 봄은 실어왔고

내년 춘분에는 환한 얼굴로 마주서겠지요.

파릇파릇한 새싹이 보도블록 틈에서 웃는다.

202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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