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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시대
번호표를 손에 든 사람들이
코로나 임시 선별 검사소 앞에 줄을 섰다.
흰 마스크를 걸친 사람마다
두려운 눈빛이 애처롭다.
공원에는 목련꽃 눈이 부시고
약산 진달래꽃 보다 더 붉은 꽃이
원미 산비탈에 불붙어 타는데
비말에 쫓기는 눈동자마다 봄을 잃었다.
따가운 햇살이 등을 어루만지고
꽃향기는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데
확진 자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밤안개처럼 가슴위로 내려앉는다.
어떤 수인(囚人)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발자국씩 다가서는 발걸음들은
마치 사지(死地)로 끌려가는 양(羊)같다.
고통의 시대의 길목에서 나는
일리아스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오늘의 고통이 훗날 추억이 되겠지요.’
혹독한 전염병에 마음들이 긁혔어도
더딘 시침은 봄은 실어왔고
내년 춘분에는 환한 얼굴로 마주서겠지요.
파릇파릇한 새싹이 보도블록 틈에서 웃는다.
202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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