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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의 초상
- 또다시 봄비가 조용히 내린다.
- 짙은 구름의 붓끝에서
- 하늘은 물빛으로 숨결을 그린다.
- 젖은 가지 끝에 생명이 맺히고
- 빗물 먹은 연초록들이 속삭인다.
- 꽃들은 그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 꽃잎마다 고요한 노래가 맺힌다.
- 대지는 소리 없이 깊은숨을 쉬고
- 흙냄새는 어릴 적 고향에 나를 세운다.
- 어머니 품 같은 대지의 따스함이
- 지친 온몸을 힘있게 끌어안는다.
- 산허리에 앉아 쉬고 있는 구름
- 그 위에 나는 추억을 띄운다.
- 첫사랑의 향기와 잃어버린 이름이
- 마음의 꽃잎처럼 다시 피어난다.
- 슬픔까지 빗방울은 모두 씻어내고
- 꽃잎 위에 나를 다시 앉힌다.
- 산수화보다 더 오묘한 풍경이
- 한 점 물빛으로 가슴에 스며든다.
- 202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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