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곡우(穀雨) 떡갈나무 그늘 아래바람은 새파란 시간을 흔들고논둑 따라 밤새 울던비단개구리의 맑은 울음이 들린다.촉촉한 들판은 이제 막 물을 품었고못자리 떠난 벼는 자리를 잡아 하늘을 바라보며 푸르게 꿈을 키운다. 시골길엔 먼지 대신 비 냄새가 깔리고부른 냇물은 소리 없이 골짜기를 쓰다듬는다.송아지 울음은 외롭지도 않고 외롭고옛 우물가엔 오랜 주전자 하나 잠들어 있다.살모사는 어디쯤 숨었을까.허물 하나 남기고 고요히 풀밭을 지난다. 논두렁 모서리엔 오래 묵은 발자국과한 세대가 지나간 자리에 다시 시작되는 시간들호미질 멈춘 아낙의 손에 쌀밥 냄새가 묻고해는 길게 누워 지붕을 쓰다듬는다.유월의 곡우 이 넉넉한 풍경 속에서한 시절의 속살이 조용히 익어간다.202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