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어깨의 옷을 벗었다.
예리한 바늘이 살을 뚫는 순간
투명 액체는 내 몸으로 빨려 들어갔고
몸 안에서 치열한 전투는 시작되었다.
정제된 병원균과 내 몸의 저항 세포가
생사를 걸고 싸우고 있다.
갑자기 으슬으슬 춥고
주사 부위는 건드리기 힘들 만큼 아프다.
온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등줄기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갈비뼈 아래는 칼로 찢는 듯하고
넓적다리 근육은 실룩거렸다.
타이레놀 두 알을 네 시간 간격으로 삼키며
고통스런 밤을 동지섣달처럼 보냈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백신 맞고 죽었다는 뉴스를 떠올릴 때면
숨어 있던 공포에 소름이 돋는다.
지루한 싸움은 이틀이 지났고
새벽 별이 사라지고 먼동이 터 올 때
아마도 두 세력의 전쟁은 끝났다보다
통증은 사라졌고 두려움도 걷혔다,
아침 햇살이 환하게 거실로 쏟아진다.
나도 당당한 백신 접종 자가 되었다.
면역 항체가 형성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202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