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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저녁
조용히 봄비가 내립니다.
어둠이 빗방울에 섞여 내립니다.
아파트 공원 가로등이 불을 밝히면
빗소리는 내 가슴에 옛 그리움을 안겨줍니다.
마로니에 나무아래 앉아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작은 우산에 얼굴을 묻은 채
우리는 정다운 이야기로 밤을 보냈습니다.
덧없는 세월은 빗물처럼 흘러
주름살 깊은 우리를 낯선 지대에 세우고
지나간 파랗던 시절을 그리워할 뿐
돌아갈 수 없는 길목에서 서러워합니다.
하지만 지금 와 뒤돌아보면
우리들의 사랑은 별빛보다 더 아름다웠고
이별 없이 마주보며 살아 왔으니
아쉬움이나 후회도 없습니다.
저녁 아홉시를 넘어가는데
아직도 봄비는 창문을 두드리며 내립니다.
이 저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누군가도 온갖 상념에 젖고 있겠지요.
20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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