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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된 봄
시인/박인걸
석이버섯 돋은 암벽에
한 가닥 밧줄을 타고 오르듯
허공을 밟으며 걷는 걸음은
매일 가슴을 쓸어내린다.
귀청이 찢어질 정도의 두려운 보도가
돌개바람처럼 휘몰아칠 때
어느 방향으로 피해야 할지
대포소리에 놀란 송아지가 된다.
과녁도 없이 쏜 탄환에 맞은 건
재수 없는 일이지만
전수조사 같은 건 덮어두고
어떤 노인은 가뿐한 마음으로 떠났다.
나보다 높은 지대에서 살던 그는
함부로 사람을 얕보지 않았다.
나이테는 엇비슷한데
두꺼운 안경을 여러 개를 걸쳤다.
통나무 다리를 디딘 두 발은
평형을 잃고 주춤거리는데
가슴으로 달려오다 놀란 봄은
어디쯤에서 정지 한 채 대기 중이다.
20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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