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람산의 기도
올리브나무 숲에는 달빛만 차갑고
베들레헴에 떴던 그별은 자취를 감추었다.
새들도 어느 처마에 밤잠을 청하고
달그림자마저 깊은 침묵에 빠졌다.
아몬드꽃 달빛에 창백하고
감람 나뭇잎만 향기 짙은데
인기척 없는 동산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고요했다.
늦은 밤 허름한 옷을 입은 한 젊은이가
차가운 바위에 꿇어 엎드려
흐느끼며 부르짖는 절규가 가슴 아팠다.
법치를 저버린 인간들마다
원죄의 굴레와 족쇄를 매단 채
처절하게 죽어가는 슬픈 운명을
서른세살 젊은이는 간과할 수 없었다.
타의에 의해 떠밀리지 않고
자의에 의한 숭고한 선택으로
십자가에서 죽어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결정이 고통스러웠다.
“죽음의 이 잔을 마시고 싶지 않지만
신의 뜻이라면 달게 마시겠노라.”고
세 번이나 같은 말을 되풀이한 그는
드디어 마음에 결정이 섰다.
날이 새면 처절한 고통이 기다렸지만
얼굴빛에는 평온함이 감돌았고,
빛난 두 눈동자는 별처럼 빛났다.
남을 죽여 자신이 사는 세상에서
자신이 죽고 남의 생명을 살려냈으니
나사렛에서 나온 그 사람을
나는 영원히 내 주인으로 맞았다.
202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