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사람 신사/박인걸조석으로 비질하던 마당 끝에혼잣말처럼 돋아난 민들레이끼 낀 담장에 쌓인 지난 계절의 냄새누군가 울다 만 자리처럼 눌려있다. 허리 굽은 노인이 이른 저녁을 삼키고골목을 끌고 가는 슬픈 발걸음 소리바람 따라 넘어간 노인의 모자는플라타너스 그늘에 웅크린 고요를 덮고 오래된 포스터 한 장누렇게 말라붙은 얼굴 하나 펼쳐놓고 있어익을 대로 익은 활자들이목젖 아래 천천히 가라앉을 때면두 손으로 감싼 찻잔에서김이 아니라 오랜 기억이 피어오른다. 낡은 벽시계는 항상 제자리에서하루를 여러 번 넘기고 있고그 앞에 멈춘 그림자는이름 모를 아이의 웃음으로 번져 간다. 이따금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아자신을 벗기는 법을 배워가는 저녁그렇게 한 사람이 조용히조용히 익어가고 있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