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새벽비 마로니에 잎 흠뻑 적시고은빛 실처럼 내리는 빗줄기 잎맥 따라 흐르며잠든 거리를 적신다.숨죽인 7월의 첫날 아침풀잎 끝에는 진주가 맺히고빗소리만 조용히 시간을 걷는다. 짙은 구름이 부드러운 베일처럼 하늘을 덮고흰 우산을 쓴 여인이 조용히 길을 걸을 때발걸음 소리마다 작은 물결이 피어오르고젖은 아스팔트 위로 그녀의 풍경이 흘러간다.엷은 바람은 옷자락을 가볍게 끌어안고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빗물이 한숨처럼 떨어진다.그녀의 숨소리를 스친 빗소리는아무에게도 닿지 못한 연약한 속삭임 같다. 아파트 정원에는 수국이 소복이 피어 있고꽃잎 위로 차오른 물기 속에서 연보랏빛 겹잎은 수줍게 미소지으며 흔들린다.여전히 내리는 빗줄기는더 맑고 다정하게 색을 칠한다. 아파트 창 너머 아이의 손끝이 빗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