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황(彷徨) 너는 내 이름을 모른다.나는 네가 불러보지 못한 이름이다.돌아갈 길이 어디냐고 묻지마라나는 오로지 침묵할 것이다.한 시절 나였던 존재의 그림자가십자가 그늘 아래 앉아 울고 있다.왜 그 자리에 앉았는지나는 그림자에게 묻지 않았다. 나는 멀리서 바라만 볼 뿐잊힌 약속들은 시간의 발 밑에서 부서지고꿈은 언제나 누군가의 얼굴을 하고 사라졌다.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시간 사이로나는 내 등을 떠밀었다.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시작이 없었음을 감추기 위한 핑계다. 고인 웅덩이를 깊이 들여다보다흙탕물에 비친 내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궁금한데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다.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건바닥에 붙어 핀 민들레꽃이다.민들레는 바람에 흔들리며그 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린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