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 풍경(風景)

신사/박인걸 2020. 12. 13. 07:27
반응형

겨울 풍경(風景)

 

산은 줄줄이 일어서서

흘러가는 구름을 산허리로 끌어 내리고

태양은 산등성을 타고 오르느라

아침마다 지각생이 된다.

길을 찾아 헤매던 바람은 숲에서 잠들고

젖줄이 된 냇물은 얼음장에 갇힌다.

듬성듬성 둘러앉은 마을은

포근한 연기를 매일 피워 올리고

은은히 퍼지는 술 익는 냄새에

산촌 마을은 곱게 취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첫눈이 길을 지우고

굵게 얽힌 눈꽃송이들이

열 폭 병풍보다 더 멋지게 펼쳐진다.

모래톱을 갉아먹던 바람은

흙먼지를 쓸어 담아 령(嶺)너머로 가고

강변에 모여앉아 울던 갈대들도

눈에 파묻혀 스산한 소리를 접는다.

겨울로 치닫는 돌담 모퉁이에서

꽃잎과 단풍잎들의 기억을 지웠다.

눈길을 걷는 한 겨울 운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나를 세웠다.

아주 오래 된 겨울 풍경이 오늘은

영화장면처럼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2020.12.13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랑자의 노래  (0) 2020.12.15
첫 눈 내리던 날  (0) 2020.12.14
어머니의 넋  (0) 2020.12.12
크리스마스  (0) 2020.12.12
내 영혼의 영토  (0)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