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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네.
꼭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없다.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떠나야 할 사람이라면
붙잡는다고 주저앉을 사람이 아니다.
일어선 네 눈동자에서 이별을 직감했고
몇 마디 차가운 입술에서
너의 비틀거리는 마음을 읽었다.
우리는 섞이지 말았더라면
차라리 달과 별의 거리만큼 멀었더라면
나의 기억에서 거품처럼 사라질 텐데
뽑아버리기 힘든 가시 같아
날카로운 바늘이 심장과 간 사이를 찌른다.
뒤섞인 위조지폐와 같아
아직은 진위를 가려내기 난해하지만
나는 아직 나에 대하여
고해소 앞을 서성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추억보다는 기억해야 할 날들이
밤하늘에 떠 있는 별같이 많다.
두꺼운 지우개를 두 손에 쥐었지만
지워야할 기억들이 돌 판에 깊이 새겨져
풍화현상에 의지할 시간만큼
큰 바람과 큰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릴뿐이다.
너는 나를 원망하지 말라.
나 또한 너를 탓하지 않겠다.
우연이 더러 존재하지만 무슨 곡절이 많더라.
페달에 올려놓은 발을 떼지 말라.
나는 반대편을 향해 발을 내 딛는다.
너를 잊은 두 발이 달 표면을 걷는다.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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