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첫 눈 내리던 날

신사/박인걸 2020. 12. 14. 04:33

첫 눈 내리던 날

 

코로나 19에 시달린 가슴은

가을 단풍도 위로해주지 못했습니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을 때

스러진 영혼들의 아우성을 들었습니다.

겨울 가뭄이 된 먼지를 일으키던 날

늦은 첫 눈을 노골적으로 원망했습니다.

팅 빈 들판에는 바람이 쏜살같이 달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은 잉잉 울었습니다.

미세먼지는 연막처럼 피어오르고

천식에 걸린 노인은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나는 눈을 첫눈에 반한 소녀만큼 기다렸고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오늘 첫눈이 살미역처럼 하늘거리며

아무데나 소담스럽게 덮었습니다.

첫 사랑 소녀에게 영상통화로

벚 꽃잎 같은 눈꽃을 보내주고 싶습니다.

혈관으로 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심장은 가는 손끝에서 뛰고 있습니다.

눈 쌓인 저 들판 위를 내달아

소녀 사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고 싶습니다.

아직은 고조된 감정이 파도와 같아

스스로 제어할 장치를 잃었습니다.

펄펄 날리는 눈을 맞으며

발길 닿는데 까지 마냥 걸어가렵니다.

2020.12.14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그루 나무  (0) 2020.12.17
방랑자의 노래  (0) 2020.12.15
겨울 풍경(風景)  (0) 2020.12.13
어머니의 넋  (0) 2020.12.12
크리스마스  (0) 202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