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한 그루 나무

신사/박인걸 2020. 12. 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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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나무

 

여기 상수리나무 한 그루 우람하다.

로켓마냥 위로 뻗은 몸통이

별까지 닿으려는지 고색이 창연하다.

풍상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한 겨울에도 위용은 충천하다

거목의 꿈을 별 위에 걸고

비탈진 언덕에 땀을 쏟으며

탄탄한 영역을 구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견디었을까.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무릅쓰고

비바람 눈보라 이겨내며

고독이 밀려드는 밤이면 잉잉 울고

침체와 좌절을 안으로 삭였으리라.

불안과 초조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낙망의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삼켰으리라.

수수갈래 뻗는 가지가 숲을 이루니

깃든 새들의 노래가 메아리친다.

지나가는 이들마다 고개를 제키고

거목의 위용을 칭찬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 햇살이 곱다.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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