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 날

신사/박인걸 2020. 12. 2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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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내가 기다리는 그날이

아직은 땅 밑에서 잠자고 있다.

그늘은 고로쇠나무 곁에 길게 누웠고

바람소리는 검불을 밟고 지나간다.

태양 볕은 두 걸음정도 모자라

깊은 응달 밖에서 서성인다.

산 까치들 어지럽게 울며 날고

멧새들 날개 무게에 주저앉았다.

그 날이 오려면 아직은 기다려야 하고

꽃을 보려면 입술을 깨물어야 한다.

나는 참 많이 찾아 헤매며

그 날 맞을 준비를 예비시켰다.

숲이 기대감을 접고 곯아 떨어져도

나는 귀퉁이에 군불을 지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내가 기다리는 그 날은 멀리 있고

작은 나비는 날개를 높이 걸어 두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곡괭이를 들고 거친 땅을 파낸다.

그날은 봄 비에 실려 내 앞에 설 것이다.

20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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