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꽃의 소멸

신사/박인걸 2025. 5. 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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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의 소멸
  •  
  • 일제히 혹은
  • 순차적으로 피는 꽃은
  • 오래전 약속처럼 다가왔고
  • 햇빛은 등을 쓸어주었지만
  • 그것은 찰나였다.
  •  
  • 꽃은 내 곁에 잠시 머물 뿐이었고
  • 화사한 순간의 무게는
  • 너무나 짧기에 한없이 무거웠고
  • 그토록 아름다움은
  • 소멸을 예고했기에 슬펐다.
  •  
  • 비슷하지만 저마다 다른 얼굴로 피어나
  • 어느 날 힘없이 낙화할 때
  • 향기는 더 멀리 사라져 버리고
  • 아무 데나 뒹굴어도 항변하지 않으며
  • 결국, 같은 흙으로 돌아간다.
  •  
  • 꽃의 소멸에서 문득
  • 인간의 하루가 떠오른다.
  • 찬란의 순간을 꿈꾸지만
  • 시간의 바람에 부서지는 꽃과 같아
  • 우리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  
  •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지만
  • 그것은 순간의 역할일 뿐
  • 사라져야 하는 운명이어서 슬프다.
  • 그 짧음 속에 한 점의 빛을 품었다면
  •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리라.
  • 20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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