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채식주의자

신사/박인걸 2024. 10. 12. 19:15
  • 채식주의자
  •  
  • 깊고 깊은 밤 나무처럼 서 있는 여자
  • 뿌리 내리지 않은 삶을 거부하리라.
  • 육류향기 가득한 세상의 잔인함에서
  • 입술을 다물고 마음을 열며
  • 식물의 침묵에 숨겨진 자유를 찾는다.
  • 여자의 손끝이 닿는 순간
  • 피와 살이 점차 잎이 되어
  • 인간의 본능은 꽃이 되어 흩날리고
  • 날개 부러진 새처럼 허공을 맴돌다
  • 자유의 갈망속으로 빠져들었다.
  •  
  • 눈은 여자를 이해하지 못한 채
  • 차갑게 쏘아보며 가두고 채찍질하며
  • 사회규범은 쇠사슬이 되어
  • 의지의 여자를 묶는다.
  • 그러나 그 속에서도 여자는 싹을 틔운다.
  • 깊은 침묵 속에서도
  • 여자의 몸은 피어나려는 나무,
  • 잔잔히 흔들리며 피어나는 푸른 소리는
  • 자라나는 자유의 싹처럼
  • 무언의 갈망으로 울려 퍼진다.
  •  
  • 결국, 여자는 사람이 아닌
  • 한 그루 큰 나무가 되었다.
  • 뿌리내린 자리에 고통과 억압은 사라지고
  • 그곳엔 오직 바람과 햇살
  • 그리고 완전한 자유만 남았다.
  • 202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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