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빛깔

신사/박인걸 2024. 10. 15. 07:44
  • 가을 빛깔
  •  
  • 황색 빛깔의 들판에는
  • 황혼이 노을처럼 다가와
  • 내 어깨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 한 시절 푸르렀던 잎들은
  • 이제 빛바랜 채로 흔들리며
  • 스치는 바람결에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  
  • 홍색 단풍은 눈부시게 타오르지만
  • 그늘에 깃든 잎에는 슬픈 작별이 고여있고
  • 붉게 피어난 순간조차
  • 곧 스러질 운명을 알기에
  •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
  •  
  • 바람에 찢긴 잎에는
  • 쇠퇴한 곰팡이 색이 퍼져가고
  • 밤하늘엔 고요한 별들만이
  • 남겨진 흔적을 비추며
  • 시간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 머잖아 모든 빛깔을 삼키리라.
  •  
  • 인간의 늙음은 가을빛 같아서
  • 찬란한 기억 뒤에 남는 것은
  •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소릴 뿐
  • 그러나 그 소리마저 잦아들 때면
  • 우리는 다시금 깊은 침묵에 빠진다.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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