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빛깔
- 황색 빛깔의 들판에는
- 황혼이 노을처럼 다가와
- 내 어깨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 한 시절 푸르렀던 잎들은
- 이제 빛바랜 채로 흔들리며
- 스치는 바람결에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 홍색 단풍은 눈부시게 타오르지만
- 그늘에 깃든 잎에는 슬픈 작별이 고여있고
- 붉게 피어난 순간조차
- 곧 스러질 운명을 알기에
-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
- 바람에 찢긴 잎에는
- 쇠퇴한 곰팡이 색이 퍼져가고
- 밤하늘엔 고요한 별들만이
- 남겨진 흔적을 비추며
- 시간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 머잖아 모든 빛깔을 삼키리라.
- 인간의 늙음은 가을빛 같아서
- 찬란한 기억 뒤에 남는 것은
-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소릴 뿐
- 그러나 그 소리마저 잦아들 때면
- 우리는 다시금 깊은 침묵에 빠진다.
-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