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곤드레 밥집

신사/박인걸 2024. 8. 12. 03:17
  • 곤드레 밥집
  •  
  • 여월동 곤드레 밥집에 가면
  • 과거의 아련함에 가슴이 뭉클하다.
  • 가난이 묻어나던 계절
  • 보릿고개 넘어 숨죽인 밥상
  • 어머니 한숨이 배어든 나물 냄새
  •  
  • 흙과 바람 눈물로 짓던 밥상
  • 고난의 강을 건너던 戰亂 후의 삶
  • 굶주림에 시달리며 새우잠을 자던 형제
  • 곤드레나물에 담긴 희망
  • 곡식알을 골라 먹으며 견딘 꿈
  •  
  • 허기진 몸으로 퀭한 눈빛으로
  • 고단한 하루의 삶이었지만
  • 어머니의 손끝에서 피어난 밥상
  • 삶이 아니라 견디던 때의 눈물
  • 그래도 위로가 되던 나물 밥
  •  
  • 오로지 먹을 것을 찾아
  • 풀잎, 나뭇잎, 송사리, 가재 잡기
  • 눈물을 섞어 쑨 죽으로 때우던 한 끼
  • 허기진 뱃가죽이 등에 붙을 때면
  • 한숨으로 채워진 기나긴 밤
  •  
  •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 어머니 눈빛에 서려 있던 애처로움
  • 곤드레 한 잎에 담긴 우리 가족 이야기
  • 나는 왜 오늘도 곤드레 집을 찾는지,
  • 맛이 아닌 기억을 먹으러 이 집에 온다.
  • 202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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