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 내리는 날
- 가을비 빗금 치며 내릴 때
- 숫한 추억이 책갈피에서 흘러나와
- 엉클어진 퍼즐속을 헤맨다.
- 한 여름의 온기가 머물던 자리에는
- 차가운 빗물만 채워지고
- 달아오른 감정은 조용히 식어간다.
- 갈갈이 찢어진 나뭇잎들
- 누렇게 퇴색하는 그날의 풍경은
- 잃어버린 시간 속에 남은
- 한 줌의 기억까지
- 이제는 바람소리에 떠밀려
- 어디론가 멀리 사라져 버렸다.
- 가을비는 밀어처럼 속삭이며
- 흘러간 날들을 적셔간다.
- 희로애락의 모든 기억들이
- 회색 구름처럼 흐려져 가는 이 순간
- 우리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 기억에서 지워져 간다.
- 쓸쓸함은 낙숫물 소리에 묻혀
- 더욱 가슴을 파고들고
- 어떤 고독은 마음 밑변에 내려앉아
- 사라져 가는 계절을 품에 안는다.
- 빗물에 아른거리는
- 막연한 그리움의 그림자는
- 사라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
- 가을비는 온종일 그치지 않고
- 늙어가는 이파리를 적신다.
- 모든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는 시간
- 나는 그저 깊이 관조할 뿐
- 한줌의 연민까지도 손에 잡히지 않는
- 허무함 속으로 깊이 매몰된다.
- 2024,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