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비 내리는 날

신사/박인걸 2024. 8. 10. 07:18
  • 가을비 내리는 날
  •  
  • 가을비 빗금 치며 내릴 때
  • 숫한 추억이 책갈피에서 흘러나와
  • 엉클어진 퍼즐속을 헤맨다.
  • 한 여름의 온기가 머물던 자리에는
  • 차가운 빗물만 채워지고
  • 달아오른 감정은 조용히 식어간다.
  •  
  • 갈갈이 찢어진 나뭇잎들
  • 누렇게 퇴색하는 그날의 풍경은
  • 잃어버린 시간 속에 남은
  • 한 줌의 기억까지
  • 이제는 바람소리에 떠밀려
  • 어디론가 멀리 사라져 버렸다.
  •  
  • 가을비는 밀어처럼 속삭이며
  • 흘러간 날들을 적셔간다.
  • 희로애락의 모든 기억들이
  • 회색 구름처럼 흐려져 가는 이 순간
  • 우리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 기억에서 지워져 간다.
  •  
  • 쓸쓸함은 낙숫물 소리에 묻혀
  • 더욱 가슴을 파고들고
  • 어떤 고독은 마음 밑변에 내려앉아
  • 사라져 가는 계절을 품에 안는다.
  • 빗물에 아른거리는
  • 막연한 그리움의 그림자는
  • 사라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
  •  
  • 가을비는 온종일 그치지 않고
  • 늙어가는 이파리를 적신다.
  • 모든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는 시간
  • 나는 그저 깊이 관조할 뿐
  • 한줌의 연민까지도 손에 잡히지 않는
  • 허무함 속으로 깊이 매몰된다.
  • 2024,8,10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딧불이  (0) 2024.08.12
곤드레 밥집  (0) 2024.08.12
귀뚜라미의 노래  (0) 2024.08.09
한 맺힌 금메달  (0) 2024.08.07
고독의 깊이  (0) 202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