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맛비
- 비오는 소리를 들을 뿐 창을 열지 않았다.
- 참았던 울음을 실컷 쏟아내는 비는
- 어떤 아낙네처럼 며칠 흐느낄 것이다.
- 채워질 수 없는 공격기제의 응어리들이
- 가슴속 깊이 덩어리로 떠돌다.
- 고독의 온도계가 한계상황에 놓이면
- 뚝 터진 봇물 터지듯 눈물은 폭포를 이룬다.
- 삶의 무게들이 어깨를 짓누를 때면
- 고통은 벽돌처럼 켜켜이 쌓이고
- 위로받지 못하는 현실의 괴탄(怪嘆)은
- 임계점을 돌파할 때 폭발한다.
- 먹구름이 서쪽 하늘에서 치닫던 오전(午前)
- 나는 한 밤에 적림(積霖)을 예감했다.
- 쌓이고 쌓인 분한(憤恨)한 감정을
- 대상 없이 아무 데나 쏟아부어서라도
- 가슴이 후련해진다면 나는 반갑게 맞겠다.
- 그 쓸쓸함과 허전함이 위로된다면
- 밤새 흐느끼는 소리를 참아주리라.
-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 슈퍼스타 콘서트 예약처럼 찾아오는
- 이천이십 년의 여름 장맛비는
- 분요(紛擾)한 내 가슴도 훔쳐내고 있다.
- 20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