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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비
- 겨울비는 언제나 을쓰년스럽다.
- 이런 날에는 고달팠던 기억을 호출한다.
- 낡은 리어카에 사과를 싣고
- 동부이촌동 어느 골목길에서
- 갑자기 쏟아진 겨울비를 맞으며
- 오돌오돌 떨던 때가 舊正 무렵이었다.
- 苦學生 신분에 본전을 잃어버릴까 봐
- 사과 한 개도 금쪽이었다.
- 변변찮은 입성에 간드레불에 손을 녹이며
- 밤늦게까지 떨이를 외칠 때면
- 겨울비는 나의 꿈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 초라한 모습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얼굴들과
- 동정의 눈빛으로 과일 한봉지를 팔아주던 아저씨,
- 통행 금지 싸이렌이 울리기 전에
- 리어카 보관소로 달려야 했던 그시절
- 항상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렸다.
-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 언제나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지만
- 잃어버린 本錢은 나의 의지를 키우는 학비였다.
- 지금도 동부이촌동 철도 건널목에
- 비에 젖은 열차가 기적을 울리려나.
- 오늘은 긴 기적 소리가 그립다.
- 202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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