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가는 버스
버스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비포장도로는 차를 심하게 흔들었고
폭탄연기처럼 일어나는 먼지에
노변 풀잎은 진저리쳤다.
창밖을 바라보던 승객들은 졸고
더러는 엉덩방아에 신음하지만
잡힐 듯 다가오는 서울 하늘에
내 가슴에는 잔잔한 파도가 일고 있었다.
감춰 놓았던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을
옆 승객에게 털어 놓을 수 없었지만
버스 바퀴가 굴러가는 속도만큼
내 마음도 달아오르고 있었다.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낯설지만
그 낯설음은 새 세상으로 다가오고
호기심 가득 찬 내 눈빛은
미지의 세상을 가슴속에 담고 있었다.
그날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은
눈부시게 차창에 부딪쳤고
이내 내 가슴 언저리를 휘돌아
어떤 설렘으로 심장을 마구 흔들었다.
직행 버스는 망우리를 넘었고
이 후 나는 서울 사람이 되었다.
뒤돌아보면 그 버스는 내 은인이다.
202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