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서울로 가는 버스

신사/박인걸 2021. 1. 27. 09:58

서울로 가는 버스

 

버스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비포장도로는 차를 심하게 흔들었고

폭탄연기처럼 일어나는 먼지에

노변 풀잎은 진저리쳤다.

창밖을 바라보던 승객들은 졸고

더러는 엉덩방아에 신음하지만

잡힐 듯 다가오는 서울 하늘에

내 가슴에는 잔잔한 파도가 일고 있었다.

감춰 놓았던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을

옆 승객에게 털어 놓을 수 없었지만

버스 바퀴가 굴러가는 속도만큼

내 마음도 달아오르고 있었다.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낯설지만

그 낯설음은 새 세상으로 다가오고

호기심 가득 찬 내 눈빛은

미지의 세상을 가슴속에 담고 있었다.

그날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은

눈부시게 차창에 부딪쳤고

이내 내 가슴 언저리를 휘돌아

어떤 설렘으로 심장을 마구 흔들었다.

직행 버스는 망우리를 넘었고

이 후 나는 서울 사람이 되었다.

뒤돌아보면 그 버스는 내 은인이다.

20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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