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인생살이
섣달의 마른 바람은
도시 골목을 사납게 휘젓고
앙상한 가로수는 추위에 지쳐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린다.
내가 태어난 고향 마을은
높나직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렀고
이런 겨울에도 바람한 점 없어
강보에 싸인 아기처럼 고요했다.
아득한 어느 경점에서부터 나는
시린 바람을 온몸으로 밀어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막보다 더 두려운 길을 걸어야했다.
내가 내 이름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는 발자국을 남기려 애썼지만
모진 바람이 휘몰아치던 어느 겨울에
나는 내 몸을 가누지 못했었다.
아무도 나를 붙잡아주지 않아
총에 맞은 병사처럼 스러지려 할 때도
헝클어진 머리칼을 곤두세우고
맨 손으로 땅을 짚으며 일어서야 했다.
내 기억 속에 인생살이는
아름다운 추억들도 적지 않지만
혹독한 징수에 시달린 소작인처럼
아픈 기억들이 긴 꼬리를 잇는다.
2021.1.2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