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인생살이

신사/박인걸 2021. 1. 2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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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

 

섣달의 마른 바람은

도시 골목을 사납게 휘젓고

앙상한 가로수는 추위에 지쳐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린다.

내가 태어난 고향 마을은

높나직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렀고

이런 겨울에도 바람한 점 없어

강보에 싸인 아기처럼 고요했다.

아득한 어느 경점에서부터 나는

시린 바람을 온몸으로 밀어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막보다 더 두려운 길을 걸어야했다.

내가 내 이름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는 발자국을 남기려 애썼지만

모진 바람이 휘몰아치던 어느 겨울에

나는 내 몸을 가누지 못했었다.

아무도 나를 붙잡아주지 않아

총에 맞은 병사처럼 스러지려 할 때도

헝클어진 머리칼을 곤두세우고

맨 손으로 땅을 짚으며 일어서야 했다.

내 기억 속에 인생살이는

아름다운 추억들도 적지 않지만

혹독한 징수에 시달린 소작인처럼

아픈 기억들이 긴 꼬리를 잇는다.

20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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