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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수주로를 처음 걷던 날
도열하여 거수경례로 나를 맞이하는 느티나무에
별 네 개 단 어느 장성도 부럽지 않았다.
연록색 이파리들이 5월 하늘에 나부끼고
이팝나무 꽃내음 곁에서 소용돌이칠 때
나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흔들리는 마음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이 길은 내가 주야장천 걸었고
나무는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거목이 된 밑동에는 이끼가 끼고
두 팔로 끌어안으려 할 때 나를 거부해도
한 영역을 다스는 영주 같아
내 가슴 한 구석에는 보람이 가득 고였다.
손을 아무리 뻗어도 우듬지는 내게서 멀고
하늘과 맞닿은 가지 끝은
범접할 수 없는 상류 세상이지만
나 또한 나대로 구축한 세상이 있기에
막역한 동지 같은 느낌에 흐뭇하다.
한 겨울은 푸른 옷을 벗기고
삭풍은 사정없이 끝가지를 괴롭혀도
오히려 늠름한 모습에 나는 감동한다.
내가 꿈꾸었던 내 모습을
황금비율로 서 있는 느티나무에서 찾아서다.
20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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