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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던 날
흰 눈이 펄펄 오던 날
5층 베란다에서 바라본 세상은 별천지다.
눈길이 닿는 구석구석마다
하얗게 덮을 때 내 마음이 포근하다.
아파트 정원의 노송 잎과
이파리 하나 없는 마로니에 가지에도
풀로 붙인 듯 곱게 달라붙어
유년 적 각인된 풍경을 재현한다.
이런 날의 감정은 누구나 다를 테지만
내 의식 속에 갇힌 세상은
황홀경에 빠졌던 종교경지를 넘어
꿈속에 천상을 걷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기온이 빙점 이하로 떨어지던 날
내 가슴은 허허벌판을 달리고
아직 씻어내지 못한 자아의 찌꺼기들이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렸었다.
며칠만 더 시간이 흘렀더라면
엉킨 감정을 풀어낼 수 없었을 텐데
졸업식에 받는 꽃다발처럼
설백(雪白)은 내 마음을 솜 이불위에 눕힌다.
20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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