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머니의 넋

신사/박인걸 2020. 12. 1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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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넋

 

황토에 뉘어 백골이 되었을

오래전 영면한 내 어머니시여

이제는 그 설음 모두 잊으시고

웅크린 관절마디 곱게 펴셨던가요.

시리다 못해 얼어붙었던 작은 가슴

화롯불에 맘껏 녹여보지 못해

눈물 삼키며 서럽게 울며 걷던 어머니

파랗게 멍든 가슴 달래 주려나

보랏빛 산도라지 꽃 무덤가에 곱다.

낡은 옷자락 바람에 출렁이며

황톳길 무거운 다리 끌며 걸을 때

저녁녘 축 쳐진 가녀린 양 어깨에

납덩이보다 무겁게 짓누르던 삶의 무게

철부지는 그냥 바라만 볼뿐이었다.

바람은 항상 울타리 안에서 불었고

한숨은 부뚜막위에서 맴돌았다.

딸린 식솔을 굶기지 않으려

맨발로 가시밭길을 망설이지 않으시던

쇠줄로 의지를 허리에 묶고

목숨을 지푸라기로 붙잡아 매고

익모초 생즙보다 더 쓴 침을

날마다 목구멍으로 삼키실 때면

담즙이 역류하여 붉은 눈물로 맺혔다.

어머니 무덤에 꽃잎 뿌려드릴까요.

밟고 가시던 흰 눈을 부어드릴까요.

시간의 강물이 기억을 쓰러갔어도

죽은 불씨처럼 되살아나는

늙으신 내 어머니 붉은 넋이여

눈을 감아도 어른거린다.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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