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첫 눈 내리던 날
코로나 19에 시달린 가슴은
가을 단풍도 위로해주지 못했습니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을 때
스러진 영혼들의 아우성을 들었습니다.
겨울 가뭄이 된 먼지를 일으키던 날
늦은 첫 눈을 노골적으로 원망했습니다.
팅 빈 들판에는 바람이 쏜살같이 달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은 잉잉 울었습니다.
미세먼지는 연막처럼 피어오르고
천식에 걸린 노인은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나는 눈을 첫눈에 반한 소녀만큼 기다렸고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오늘 첫눈이 살미역처럼 하늘거리며
아무데나 소담스럽게 덮었습니다.
첫 사랑 소녀에게 영상통화로
벚 꽃잎 같은 눈꽃을 보내주고 싶습니다.
혈관으로 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심장은 가는 손끝에서 뛰고 있습니다.
눈 쌓인 저 들판 위를 내달아
소녀 사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고 싶습니다.
아직은 고조된 감정이 파도와 같아
스스로 제어할 장치를 잃었습니다.
펄펄 날리는 눈을 맞으며
발길 닿는데 까지 마냥 걸어가렵니다.
2020.12.1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