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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의 노래
차가운 벌판에 나 홀로 서서
길 잃은 고라니처럼 먼 산을 본다.
산천을 헤집고 허우적대며
말월(末月)을 걷자니 숨이 차오른다.
눈보라 삭풍에 섞이어 휘날리고
잔인한 추위는 살을 에는데
가슴 텅 빈 초로 나그네는
무량의 감개라곤 하나도 없다.
철새 떼 방향 잃어 끼룩거리고
방초(芳草)동산은 검불이 되니
옷 솔기 파고드는 썰렁한 냉기에
삶의 무거움이 쇳덩이 같다.
삶은 언제나 들새마냥 고달프고
가슴에 의지는 조령모개이다.
오늘은 내 마음 크게 어두우나
아침이 오며는 딴 세상이 되리라.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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