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내 영혼의 영토

신사/박인걸 2020. 12. 1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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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영토

 

그 해 겨울 앞산은 추워서 일어섰고

바람은 가파르게 내리 달렸다.

응달아래 작은 예배당에는

초라한 성탄트리가 걸려있고

허름한 옷을 입은 아이들은

하늘의 별을 따다 유리창에 달았다.

교리적 예수와 역사적 예수에 대해

분간하지 못했던 나는 바보였고

신인 양성론에 무지했던 나는

성탄의 의미를 모른 채 분주했다.

중세 어느 외진 마을처럼

순수 그 이상의 눈빛들이 모여

미간에 핏줄이 밧줄처럼 일어서도록

새벽 송을 부르던 족속은 거룩했다.

도성인신 화육강생의 교리와

속죄와 대속을 구분 못해 헷갈렸지만

바람을 헤집고 퍼지는 종소리에

얼어붙은 마음들이 녹아 행복했다.

상업주의에 얼룩진 백화점 대형트리에는

찌푸린 얼굴의 예수가 팔짱을 끼고

떫은 얼굴로 행인들을 째려본다.

내가 사는 도시는 내영토가 아니다.

내 영혼은 그 시절로 달려간다.

밖은 추워도 그곳엔 온기가 돌고 있다.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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