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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비
자정 무렵 비가 내린다.
일부러 낮을 피해
잠들지 않은 나를 위하여
비는 깊은 밤에 내리나 보다.
오동 잎 뚝뚝 떨어지고
단풍잎 바스락거리며 뒹굴 때
쓸쓸함에 잠겨 우울했는데
밤비는 내 가슴을 어루만진다.
이런 밤에는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어
낮에 떨어진 은행잎을 밟으며
어둔 밤길을 혼자 걷고 싶다.
발길 닿는 곳까지
하염없이 걷고 또 걸으며
차갑게 내리는 빗물에
영혼의 소리를 섞어보고 싶다.
나만이 간직한 깊은 사연을
빗소리에 맞춰 중얼거리며
지우지 못한 서러움까지
낙엽처럼 훌훌 털어내고 싶다.
2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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